Why Nostr? What is Njump?
2025-01-05 14:00:26

Jackie on Nostr: 제로다크서티 처음 봤을 때가 언제였더라. 개봉하고 한참 ...

제로다크서티 처음 봤을 때가 언제였더라. 개봉하고 한참 지나서였을 것이다. 제시카 차스테인을 너무나 좋아하는 어느 트친 덕분에 알게 된 영화. 처음 본 건 아마 리서치회사 취업하기 전일 텐데, 계속 연구직으로 일했기 때문에 정보국 요원의 지루한 업무 과정을 그린 장면들이 반가웠다. 그 때는 군대도 외교도 국제정치도 잘 몰라서 이 작전의 의미나 디테일은 잘 몰랐다. 그냥 이렇게 (화려하지도 섹시하지도 않은) 자기 업무에, 미친 폭주기관차처럼 돌진하는 여자 실무자가 나오는 영화가 너무 드물어서, 오랜만에 발견한 보석같은 이 영화 속의 많은 장면들을 참 좋아했다.

아무래도 소재가 소재인지라 이런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 비판이 따라붙기 쉽다. 예전에는 그런 가능성을 걱정하는 내 삶이 싫었는데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. 아마도 평소에 별다르게 민감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이런 영화 얘기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들 넘어갈 것이다. 비판이 따라붙는다면 그건 그만큼 사람들이 내 발언이 갖는 여러가지 의미를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는 뜻이다. 무슨 숨겨진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? 예전에 올린 다른 글의 진의도 사실은 달랐던 게 아닐까? 기타등등 기타등등. 불안감은 독자의 몫이다. 좋아하는 마음이 큰 독자일 수록 나의 발언과 행동 하나하나에 더 많이 흔들린다. 그만큼 내가 그들의 마음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크기 때문에.

트위터에서 몇 년 동안 그런 생활을 하면서 나 자신의 선택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만큼 나의 옆자리를 채워줄 사람에 대한 기준도 덩달아 높아졌다. 과한 기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. 아마도 높은 확률로 우리는 하나의 entity로 인지될 것이고, 그 사람의 선택에 대해 나 역시도 항상 일종의 입장문을 준비하고 살아야 할 것이다.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. 만약 부동산 같은 걸 함께 구매한다면 어떨까? 법적으로 내 소유물인 자산에 무슨 일이 생기면 법적인 소유주들이 함께 책임을 진다. 운명공동체라는 것도 비슷한 개념이다.

알랭 드 보통이 <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>라는 책을 냈을 때 굳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나도 종종 그 질문을 잠재적 연인에게 던져보곤 한다.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? 내가 너의 수많은 선택들에 대해 함께 책임질 수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. 그렇다면 왜 나는 너를 떠나는가? 그런 믿음이 사라졌기 때문이겠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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